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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사람을 지키는 삶, 포스코히어로즈 전대헌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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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에서 수산업에 종사하며 바다와 더불어 살아가는 포스코히어로즈 전대헌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3월, 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상황에서 자신의 선박을 이용해 수십 명의 주민을 대피시키며 소중한 생명을 구했고, 이러한 용기와 헌신을 인정받아 2025년 포스코히어로즈(POSCO Heroes)로 선정되었습니다. 포스코히어로즈 전대헌 씨는 평소에도 해양재난구조대 대장으로 활동하며 해양 봉사와 인명 구조에 앞장서고 있으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전대헌 씨가 직접 들려주는 구조 당시의 긴박한 상황, 삶을 바꾼 경험, 그리고 바다와 이웃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Q.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와 현재 하고 계시는 일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영덕에 사는 52세 전대헌입니다. 직업은 멍게 양식 사업을 주로 하면서 조개, 돌미역 위탁사업과 스쿠버 리조트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Q. 포스코히어로즈로 선정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포스코히어로즈로 선정되셨다고 처음 들었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우선 제가 한 일을 높이 평가해 주셔서 기쁘고 뿌듯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복구 중인 영덕의 현 상황에서 제가 너무 기뻐만 할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Q. 최근 출연하신 <무엇이든 물어보살> 프로그램 잘 봤습니다! 긴장되진 않으셨나요? 어떠셨나요? 주변 가족/친구 등 반응은 어땠나요?
주변으로부터 축하 인사를 많이 들었습니다. 간혹 식당에서도 저를 알아보시고, 인상 깊게 봤다는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같이 출연했던 외국인 동료인 비키의 걱정도 함께 고민해 주시기도 하셨고요. 인생에 남을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방송의 긴장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끝나고 나니 조금 후련하더라고요(웃음).
Q. 지난 3월 경북 산불이 크게 났을 때 전대헌님께서 본인의 선박을 이용해서 이웃들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데 큰 역할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당시 긴박했던 상황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경북 쪽 산불이 강풍을 타고 영덕 쪽으로 확산되기 시작할 때 매우 불안했습니다. 사업 특성상 해상 날씨를 세밀하게 살피는 편인데, 그때 느낌이 뭔가 큰 일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결국 영덕에 피해가 심각해지고, 해경 민간구조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구조대장으로서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죠. 가족들도 걱정이었지만, 결국 레저 보트를 끌고 바닷길로 출동했습니다.
사람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외국인 근로자인 비키와 함께 무전기를 챙겨 해경과 소통하며 항해를 했고, 나쁜 해상 상황 속 사방에 퍼진 연기 때문에 주위도 잘 안 보이고, 어장에 스크루가 걸리는 등 험난한 여정이었습니다. 현장에 도착해서는 화염 속에서 급박하게 구조를 시작했습니다. 해경들이 현지 지형에 익숙하지 않아, 지역 정보에 익숙한 제가 리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 상황에서 "고립된 사람들을 어떻게 구조할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는데, 연기와 화염 속에서 구조원들과 함께 '멘붕'이 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나서야 하는 상황이었고, 우연히 차량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차 키가 꽂혀 있었고, 그때 '아! 이거다!' 싶었습니다. “비키, 타! 이 차로 사람들 태우자!”라고 외치고는, 고립된 방파제에 있던 사람들을 차량에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동 중에 30명 이상을 구조해 배에 태웠습니다. 항구 인근 민간 낚싯배로 옮긴 뒤 안전하게 축산항으로 이동시켰고, 도착 후에도 대피소까지 1톤 트럭 2대에 40명 이상을 태워 이송했습니다. 이후에도 밤새 뛰어다니며 지원 물품을 확보했고, 날이 밝아 다른 구조원들이 도착하고 나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정말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죠. 주민들 간에 통제불능 상태에서 갈등과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도 차분히 상황을 해결해 나가면서 구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평소에도 해양재난구조대 대장직을 맡으시면서 여러 해양봉사와 인명구조 활동에 앞장서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본업을 하시면서 겸직하고 계신다는 점이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명을 구하는 데 적극적이신 특별한 이유 또는 계기가 있으실까요?
저도 어릴 적 앞바다에서 익사할 뻔한 적이 있고, 사촌 둘은 익사 사고로 세상을 먼저 떠났습니다. 삼촌도 자식들을 잃고 마음을 못 잡고 방황하시다가 결국 한남대교에서 실종되었어요. 당시 실종 수색에 저도 참여했었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더 간절하게 저를 이 길로 이끈 것 같아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소망이 제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Q. 많은 삶의 터전들이 불에 타서 현재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산불 이후 상황은 좀 나아지고 있나요? 어떤가요?
현재 철거 작업은 90% 정도 진행됐고, 이제 임시주택 지원이 시작되어 점차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주택이 아닌 상가를 운영하시던 분들이나 기타 지원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분들은 망연자실한 상황이죠. 한숨만 나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까지 불과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급격한 회복은 어렵지만, 그래도 여러 희망의 손길들이 모여 점차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Q. 이번 산불이 있고 나서 전대헌님의 삶이나 생각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바다가 주는 복을 받으려면 바다에서는 모두가 한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서로를 위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유비무환의 의미를 깊이 새기게 됐습니다.
Q. 마지막으로 사람들한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역경과 고통 속에 헤매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 너무 힘들게만 생각하지 마세요. 이 또한 지나가는 순간들입니다. 내가 먼저 잘 이겨내고 희망의 길을 열어야 주변도 그렇게 바뀝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절대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남은 생도 보다 알차고 즐겁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