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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재단 정수연 장학생, 하버드대 교수 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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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4일 포스코청암재단 장학생 출신이자 세계적 연구자 정수연 교수님이 하버드대학교 부임을 앞두고 재단을 직접 방문해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정수연 교수님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포스코청암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물리학과 수학 학부 과정을 시작했으며, 이후 응용수학·물리학·뇌과학을 넘나드는 융합 연구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학자로 성장했습니다. 이번 재단 방문에서는 학문적 여정, 연구의 방향, 후배 장학생들을 위한 진심 어린 조언, 그리고 재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담긴 깊이 있는 인터뷰가 진행됐습니다.

 

 

Q. 먼저 세계최고 지성의 전당인 하버드대학교 교수로 부임하시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새로운 출발에 대한 교수님의 소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하버드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훌륭한 학생들과 동료들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얻게 된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과 협력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연구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연구자로서도, 교육자로서도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응용수학, 물리학, 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이어가고 계신데, 현재 집중하고 계신 연구를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현재 저는 뇌가 복잡한 정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표현하고 계산하는지를 수학적·물리학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뉴런들의 활동 속에 어떤 정보 구조가 형성되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학습, 인지, 의사결정과 같은 다양한 기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뇌가 다양한 행동 뒤에 숨어 있는 공통된 패턴이나 규칙을 어떻게 찾아내고 활용하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을 개발했습니다. 이 이론을 인공지능 모델과 실제 신경 데이터에 적용해 의미 있는 결과들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기하학적·구조적 이해를 바탕으로 뇌과학과 인공지능을 잇는 새로운 계산 원리를 규명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생물학적 뇌의 작동 방식을 더 깊이 이해함과 동시에 효율적이고 해석 가능한 AI 모델 개발에도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교수님의 학문적 여정에서 가장 큰 전환점 또는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제 학문적 여정에서 가장 큰 전환점은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새로운 학문적 문화 속에서 배우면서, 단순히 지식을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깊이 탐구하는 방식의 공부가 어떤 것인지 처음으로 제대로 경험했습니다. 수업과 연구 환경이 자유롭고 질문을 중심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어떤 문제에 호기심을 느끼는지, 어떤 분야에서 더 큰 의미를 찾는지 자연스럽게 스스로 탐색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양한 전공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학문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고, 이 과정에서 제 연구자로서의 방향성이 조금씩 잡혀 갔습니다. 돌이켜보면, 미국 대학에서 경험한 이러한 지적 방식의 변화와 시야 확장이 지금의 연구자로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Q. 포스코청암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되셨던 경험이 교수님의 학문적·개인적 성장에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요?

포스코청암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된 일은 제 학문적 여정에서 결정적인 의미가 있었습니다. 재단의 지원이 없었다면 해외 유학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이고, 결국 이 지원이 제가 미국에서 공부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학문과 문화를 접하는 경험은 제게 가장 큰 성장의 계기가 되었고 이후의 진로와 연구 방향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재단의 지원은 지금의 저를 만든 중요한 출발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미국 유학 초기에는 적응하시는 데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셨고, 가장 큰 힘이 되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유학 초기에는 많은 것이 낯설어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결국 그 시간을 버티고 성장하게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은 두 가지였습니다. 먼저 미국에서 공부하겠다는 선택이 제가 스스로 깊이 고민하고 결정한 길이었다는 점입니다. 스스로 원하는 길을 택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힘든 순간이 와도 쉽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는 포스코청암재단의 지원이 주었던 신뢰와 책임감이었습니다.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였고 큰 격려가 되었습니다. 학부를 시작하기 전에 재단의 설립자이신 박태준 명예회장님과 관계자분들을 직접 만나 점심을 함께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만남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 분들이 제 유학을 응원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큰 영감을 주었고,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이 두 가지가 합쳐져서 어려운 시기에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었고, 새로운 환경 속에서 스스로 자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Q.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학문 연구의 즐거움과 동시에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학문 연구의 즐거움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자연이 가진 법칙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복잡해 보이는 현상이 단순한 원리로 설명될 때 느껴지는 지적 아름다움이 있고, 그런 순간이 연구자로서 가장 큰 기쁨 중 하나입니다. 또 하나는 이렇게 얻은 새로운 이해가 실제로 유용한 형태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연의 원리를 더 깊이 이해하면 새로운 방법론이나 알고리즘, 실험적 해석뿐 아니라 복잡한 생체 신호나 의학적 현상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런 순간은 연구가 사회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어려운 점도 분명 있습니다. 명확한 답이 없는 질문을 오래 붙들고 있어야 하고, 실패가 반복될 때 스스로 동기와 방향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연구는 늘 불확실성을 동반하기 때문에 인내심과 꾸준함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진전들이 쌓여 어느 순간 새로운 이해로 이어지는 경험이 연구의 본질적인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발견이 아름다움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실제로 유용한 방향으로 확장되기도 하면서 연구를 계속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Q. 앞으로 학자로서 이루고 싶은 장기적인 목표나 비전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제가 장기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뇌 기능을 설명하는 근본 원리를 이론적으로 규명하는 데 기여하는 것입니다. 물리학에는 고전역학이나 양자역학처럼 자연 현상을 깊이 이해하게 해 주는 잘 확립된 이론이 있지만, 뇌과학에는 아직 뇌 신호가 어떻게 형성되고 처리되어 다양한 기능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하는 보편적인 원리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fMRI 같은 뇌 영상 기술은 뇌의 활동량을 관찰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여전히 초기 단계의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술들은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었는지를 알려주지만, 그 신호 자체가 어떤 구조를 이루고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며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는 답하지 못합니다. 어떤 형태의 정보 표현이 효율적인지, 어떤 구조가 뇌 기능을 저해하는지, 그리고 신호들이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조직화되는지에 대한 이해도 여전히 부족합니다.

그래서 저는 뇌 신호의 표현, 상호작용, 동역학을 물리학의 법칙처럼 정교하고 일반적인 이론으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뇌가 정보를 어떻게 구성하고 계산하는지에 대해 만족스러운 수준의 이해를 이루는 것이 저의 궁극적인 비전입니다. 이러한 원리가 밝혀진다면 정상적인 뇌 기능뿐 아니라 다양한 뇌 질환에서 어떤 신호적·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는지도 설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연구팀은 이러한 질문들을 다루기 위한 유망한 접근법을 개발해 왔고 앞으로도 이 방향을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이 분야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다음 세대의 연구자들이 꾸준히 참여해야 하기에, 더 많은 학생들을 교육하고 이론적 기반을 함께 넓혀 나가는 것 역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쌓여 언젠가 인류가 뇌 기능의 원리에 대해 보다 깊고 체계적인 이해에 도달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미래의 꿈을 키워갈 포스코청암재단 후배 장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제가 후배 장학생분들께 드리고 싶은 조언은 ‘얼마나 똑똑한가’보다 ‘어떤 문제를 선택하고 어떻게 파고드는가’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학문 연구에서 가장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은 해결되지 않은 중요한 문제를 찾아내고, 그것을 실제로 풀 수 있는 방향으로 구체화하는 능력입니다. 이런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늘 “왜 그런가?”, “왜 아직 해결되지 않았을까?”, “내가 이해하지 못한 전제가 무엇일까?” 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생각을 깊게 파고드는 과정에서 길러집니다.

저도 학부 시절 특정 분야를 미리 정해놓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수업과 문제들을 접하며 ‘왜 이렇게 되는 걸까?’라는 작은 의문을 따라가다 보니 지금의 연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공부하는 과정에서 떠오르는 작은 의문들을 흘려보내지 말고 스스로 그 이유를 짚어보는 연습을 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사고의 습관이 결국 자신만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능력으로 이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경험에 열려 있는 태도가 성장에 큰 도움이 됩니다. 예상하지 못한 수업이나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 처음 도전해 보는 연구 주제에서 뜻밖의 영감이 나올 때가 많습니다. 익숙한 것만 반복하기보다 새로운 환경에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는 것이 관점을 넓히고 더 깊은 질문을 발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여러분이 각자의 자리에서 중요한 질문을 찾아 나가고, 열린 마음으로 도전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Q. 마지막으로, 포스코청암재단에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재단에 감사드리고 싶은 점은 장학 지원뿐 아니라 그 뒤에 담긴 가치와 철학을 꾸준히 지켜 오셨다는 것입니다. 교육을 통해 인재를 키우고, 그 인재가 다시 사회에 기여한다는 믿음이 시간이 지나도 흔들림 없이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장학 지원을 받던 당시 이러한 철학을 직접 느낄 수 있었고, 많은 학생들이 이런 기회를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길 바랍니다. 저 또한 그 철학을 마음에 두고 앞으로 연구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제 경험을 통해 재단이 한 사람의 진로와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후배들이 재단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나고, 각자의 꿈을 크게 키워 나가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