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기고문] 2019년 4월 강원도 산불화재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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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고성 산불은 인재로 발생한 화재로 막을 수 있었던 안타까운 재난이었습니다. 그때 긴박했던 순간을 회고해 봅니다.

                   

2019년 4월 4일 강원도 고성군 원암리의 한 야산에서 시작된 작은 불꽃이 강한 강풍을 타고 시내로 번지게 되었습니다. 최대한 민가로 확산되는 방어선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계속되는 강풍은 소방차가 분사한 물대포 물줄기를 꺽어버리거나 사람이 제대로 서 있을 수 조차 없게 만들었습니다. 

 

산불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의 입장에서는 불에 대한 두려움이나 위협에 대한 좌절감은 상당하였습니다.

 

20여년을 소방관으로 재직하면서 불 진행을 막기위해 물을 뿌리며 많은 인명을 구하고,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하였던 저로서도 산불의 거센 돌진은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거대하였고 넓은 지역의 방어선을 구축하고 준비하는데도 소방력의 한계성을 여실히 느낄수가 있었습니다.

 

산불피해규모로는 강원 고성군, 속초시, 인제를 포함하여 고성산불로 인해 피해액이 1,300억원이고, 산불피해면적이 1,757ha, 주택401채가 불에 전소되어 이재민이 1,289명이 발생하였으며, 창고 77채, 관광세트장 158동, 축산시설 925개, 농업시설 34개, 건물 100동, 공공시설 68곳, 농업기계 241대, 차량 15대 등 2,899개소의 건물등이 소실되었고. 인명피해는 사망과 부상 각 1명이 발생하였습니다.

 

산불이 발생한 후 1년 6월이 되어 가는 지금은 지난 슬픔을 딛고 일어선 자리에 새로운 보금자리의 마련과 헐벗고 검게 그을린 산등성이에 불에탄 나무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녹색동산을 꿈꾸며 어린 나무를 심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산불피해지를 20년간 모니터링한 결과, 토양이 완전 복구하는데는 30년~100년이 지나야 한다고 합니다. 불씨 하나가 아름다운 숲과 100년이라는 시간을 순식간에 앗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화염의 흔적은 남아있지만 주민들은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며 산불재해로 인해 자신의 농자재, 주택등에 큰 손실을 입었던 이재민들이 동광119안전센터에 방문하실 때 고맙다는 말씀을 저희에게 항상 건네시고, 그중 어르신 중에 한분은 자신의 생활공간을 잃어버렸음에도 저희들에게 작은 음료수 한병 건네시고 밝은 미소로 인사를 전할 때 큰감동을 받았습니다. 저희들에게는 당연한 직무였지만 자신의 희생과 아픔이 큼에도 오히려 저희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연신 고개숙여 감사의 말씀을 전할 때, 다시금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국민들이 필요로하는 곳에 저희들이 더욱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포스코청암재단에서 지원해 주신 포스코히어로즈 장학금을 받으며 학업을 이어온 작은 아들이 2020년 10월 6일에 강원도소방공무원으로 합격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어 부모로서 더 할 나위없이 기뻤습니다.

 

소방공무원을 준비하는 큰아들까지 2021년도에는 3부자가 소방관으로 헌신하는 모습을 보게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